ARTRAVEL TRIP.28
첫
THE FIRST
첫키스는 고1때였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상상하고 남몰래 볼이 붉던 첫키스였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밍밍했다. 텁텁했다. 그 사람 역시 내 키스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고2때는 첫사랑이 찾아왔다. 사랑을 시작하면 온통 삶에 꽃이 피는 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영영 다른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함부로 의심하며 헤어졌다. 첫 해외여행은 군대를 다녀온 이후 24살 때였다. 바다 건너 세상에는 골목마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제멋대로 기대했다. 그런 일은 어느 작가가 반쯤 뻥 튀겨 적어 넣은 여행기 속에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첫경험은 이렇게 허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더 수줍게 붉고, 더 간절하게 부르고 싶다. 더 목마르게 기대하고, 더 깊게 실망하고 싶다. 섣불리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또 그처럼 쉽게 추락하는 모든 첫번째 시절의 울렁거림이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없이 귀해지기 때문이다. 기대도 없고, 실망하지도 못했던 식물같은 시절이야말로 두고두고 분했다.
목차
ART
012 여태 마음이 쓰이는 일
덴마크
송인희
034 또하나의 위대한 여행
세계의 결혼식
편집부
040 프리다이빙, 첫 바다로의 초대
다합
박상준
068 BEST FREE-DIVING POINTS
프리다이빙 여행자클럽
편집부
지구사용설명서
076 브로크백 마운틴의 호숫가에 서서
알버타
이무늬
092 알버타 백과사전
알버타
편집부
102 알버타行 여행인문학
알버타
편집부
TRAVEL
108 마치 처음 본 것처럼
훈자
변종모
132 인생 첫 로드트립
울룰루
정이분
148 호주 로드트립
호주
편집부
158 그 여행이 내게 천 개의 처음을 주고
아르헨티나&콜롬비아
박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