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으로 사라지다Mathura, INDIA, Asia "지움 없인 새로움도 없다" 유독 혼자 낯선 도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곰곰이 묘미를 생각해봤다. 시각적 유희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적어도 여행을 하는 동안 잠시나마 현실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것. 흔히 여행을 나를 찾는 과정이라 하지만, 찾는 것이 아니다. 지우는 것이다. 어느 낡은 연습장에서 본 문구가 생각난다. 지울 수 있다는 건, 잊을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축복이다. 가방을 메고 한걸음 나가면 그 축복에 잠시 기댈 수 있다. 그렇게 그대가 바랐던 낯선 장면에서 낯선 사람들을 접하는 순간 머릿속은 즐겁게 하얘질 것이다. 인도 마투라의 거리, 꼬마들부터 청년들까지 형형색색의 물감을 준비해 지나가는 사람에게 뿌려댄다. 눈살을 찌푸릴 만한데 내색하는 사람 하나 없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 아이들은 이 관습 속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다. 홀리 축제의 절정을 맞은 사원은 어느새 온통 붉게 물든다. 흐름에 동참해 도착한 사원에선 새로운 날을 알리는 색감이 모든 것을지워냈다. 축제가 끝나고 노란 마을을 발견했다. 온통 노란 벽으로 이루어진 마을엔 노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을 찾아낸 건 아주 큰 행운이었다. 마음 속 나를 잊고 우연을 받아들이면 행운이 기다린다. 파란 마을을 따라 몇 시간을 차로 지나던 중 한 노파가 소 떼를 모는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 그는 이 넓은 땅의 주인처럼 멋진 표정을 짓고 늠름하게 행진했다. 마을로 들어가니 아낙들이 물을 길고 있다. 모두 자매 같다. 수줍어 눈도 못 마주치고 수다를 떨다가 미숙한 영어로 나에게 몇 마디 묻는다. 작은 기쁨이다.나를 우연에 맡겨 가능한 만남이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지우고 만나는 주인공들 글 | 이경택사진 | 이경택 artravel vol.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