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 ; 함께하는 여행의 기쁨

환희 ; 함께하는 여행의 기쁨유럽 | 최요셉 그러니까 정확하게 1년 전이다. 2017년 7월. 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 혼자 앉아 지는 해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날 밤, SNS에 나는 멋들어지는 노을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남겼다.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와야지." 그 후로 1년이 흘렀다. 나는 지금 아내와 함께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있다. 그 모습을 보는게 행복했다. 우리가 유럽에 가기로 계획한 건 올해 3월 즈음이다. 아내 환희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신혼여행을 제외하면 말이다. "당신이 가고 싶은데 다 가보자." 모든 계획을 환희에게 맡겼다. 환희는 유럽의 모든 곳을 가고 싶어 했다. 여행관련 서적을 펼치며 사진이 나올 때마다 "여기 가고 싶다!"를 외쳤다. 결국 줄이고 줄여 7개국 18개 도시를 35일 동안 도는 일정으로 최종 결정. 우리의 여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 구름에서 내려와 어딘지도 모를 육지가 보일 때, 환희가 무심코 내뱉은 말. "내가 유럽을 다 와 보다니..."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그런 환희의 모습을 보는게 행복했다. 부푼 기대감으로 꽉 찬 여행. 우리의 시 작은 이토록 들떠있었다. 다정한 말의 위로여서 여행에서 날씨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7월의 유럽은 더운 줄로만 알았는데, 여행 초반 2주는 추워서 밤에는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여름옷만 챙겨갔던 터였다. 야경이 아름답다는 체코 프라하에서는 노을도 한 번 못 봤다. 추웠고, 먹구름이 가득했다. 예전부터 버킷리스트 1순위였던 스카이다이빙은 이틀 연속 비구름으로 인해 수트까지 차려입고 대기하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를 위로했다. "다음에 또 프라하 오라고 이러는 건 가봐.", "다음에 또 오지 뭐."라는 이 정도 말들이면 충분했다. 말 한마디가 가지는 힘은 크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한 마디로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도 하고, 상하게도 한다. 말에는 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 여행을 통해 느낀 건 바로 이것이다. 아픈 날, 사랑 하나를 더 배웠다 환희가 아팠다. 여행을 떠나온 지 2주쯤 되는 날. 병원 하나 없는 흐바르에 도착했는데, 환희 입술 주변으로 크고 작은 수포가 올라왔다. 하루 정도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심해졌고 환희는 결국 몸져누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옆에 있어 주는 것뿐. 밤새워 수건을 적셔 환희 이마에 올려줬다. 대사관에 전화해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수건을 적셔가며 밤을 모두 샌 적은. 사랑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엄마가 아팠을 때도, 아빠가 아팠을 때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게 잘하는 건 줄만 알았다. 속으로 함께 아파하면 충분한 줄 알았다. 환희와 결혼하고 나서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무뚝뚝하던 내가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이 생겼다. 여행 중 혼자 외출한 적도 있다. 프랑스 니스에 도착한 날, 카메라 하나 들고 해변을 혼자서 산책했다. 정말이지 눈에 보이는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다. 바다, 노을, 사람, 달, 하늘, 건물. 모든 게 예뻤다. 밤이 어두워지도록 니스 구석구석을 홀로 걸었다. 두 시간 정도 산책하며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 '어서 환희에게 달려가 내가 본 장면들 설명해주고 싶다.' 니스 노을 참 예쁘다고, 금방 내가 엄청 로맨틱한 커플을 만나서 사진 찍었다고. 쪼르르 달려가 시시콜콜 말해주고 싶었다.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던 나에게,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 슬로베니아 피란에서 머무르던 날, 마을은 축제가 한창이었다.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마을 전체가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신나는 노래가 연주되고, 마을 사람들 하나 둘 무대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댄스 타임. 제일 눈에 띄었던 건 춤을 추던 한 쌍의 중년 커플이었다. 무대를 휘젓는다는 게 이 둘을 보고하는 말 같았다. 보는 사람마저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둘은 신나게 춤을 췄다. 그냥 춤을 잘 추는 게 아니었다. 둘의 움직임은 마치 한 사람의 춤사위 같았다. 그들의 표정에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묻어 나왔다. 춤을 추던 커플을 볼 때도, 손 꼭 잡고 걸어가던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커플을 볼 때도 '나도 저렇게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직 신혼이라서, 여행 중이라서 혹은 젊어서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래도록 이렇게 사랑하고 싶다. 그 모양은 바뀔지라도 그 중심은 한결같으면 좋겠다. 함께하는 여행으로부터 마지막 날, 우리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루브르박물관에서 에펠탑까지 걸었다. 온종일 걸어서 다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그냥 걷고 싶었다. 정각마다 반짝이는 에펠탑이 두 번 반짝였으니 2시간 정도 걸었나 보다. 특별한 대화를 한 건 아니다. 한 달간 여행하며 있었던 일을 추억하기도 했고, 한국 가면 할 일에 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나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 와서 손잡고 걸으며 떠는 수다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여행하며 우린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가끔은 진지한 대화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냥 흘러가도 모를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개선문에 올라가 본 에펠탑, 디즈니랜드에서 펼쳐진 일루미네이션 공연,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배경삼아 넘어가는 노을, 피란에서 말도 안 되는 바다를 봤다. 다만, 그것들은 모두 한순간에 불과했다. 우리의 여행을 완성시킨 건 멋진 풍경 사이사이를 채워 넣은 크고 작은 대화의 조각들이었다. 여행을 다녀오니 많은 사람이 묻는다. 뭐가 제일 좋았냐고.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많이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별거 아닌 이야기까지 다 말하려고요. 그게 제일 좋거든요." 글│최요셉사진│최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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