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 시애틀이 필요하지때로 웃고, 가끔 울고, 간혹 취하는 시애틀적 공간 13시애틀 | 미국 | 아트래블 편집부취재 협조 시애틀 관광청 이 도시는 어린 편이다. 미국 다른 도시들 역시 역사가 길지 않지만, 특히 시애틀은 태어난 지 고작 150년이 되었다. 오래된 유적지나 역사적 의미가 깊은 문화유산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날씨는 어떤가. 연중 쨍-하고 맑은 날은 50일 안팎 여름기간이 전부다. 구름이 끼거나 말썽 궂게 바람이 불고, 비가 흩뿌리는 날이 300일. 그러니 참 이상한 일이지. 대체 왜 시애틀은 미국인들에게 그토록 사랑받을까. 전 세계 그리 많은 여행자들은 왜 시애틀에 빠져들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행복한 도시를 꼽으면 최고 순위를 놓치지 않는 걸까? 도시는 여행자가 어떤 속도의 시간을 살고 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곳을 방문해야 하고,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관광객은 아마도 다양하고 풍성한 사진을 얻게 될 것이다. 반면, 듬성듬성 계획을 짜고,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자는 그들과 조금 다른 정경을 만나게 된다. 작은 가게들의 점원이 어떤 얼굴로 인사하는지,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머리 위로 내려 앉는 도시의 햇살이나 바람 같은 걸 눈치채게 된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사정과 다른 종류의 욕구가 있을 뿐이니까. 다만, 시애틀의 비밀을 풀고 싶다면 가장 먼저 여행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여기저기 스치듯 방문해서 사진 찍고 돌아 나오기 보다 충분한 관찰과 여유의 시간을 허락할 것. 시애틀은 짠-하고 첫인상만으로 여행자를 휘어잡는 도시라기 보다 느린 속도로, 느릿느릿 발견할수록 자신의 진짜 매력을 내어놓는 도시다. 시애틀의 작은 카페, 와인바,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여행의 시간을 흘려 보내면 그제야 비로소 지나온 여러 시절과 마음이 시애틀과 첫 인사를 나눈다. 그러면 알게 된다. 우리는 모두 가끔씩 시애틀이 필요했다. 01 가끔씩 행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하지여행자의 브런치와 아메리칸 휘게 사회운동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모임자리. 갑자기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누군가 말한다. 나는 그게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기 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의 고요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동요가 없는 거요. 그녀의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고요의 온기. 시애틀 도넛가게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시민들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중이다. 아침 일찍 나온 첫 도넛을 사며 사람들은 가만히 웃는다. 슈가 파우더가 가득 묻은 도넛을 손에 들고 마주 앉은 연인들이 별 말 없이도 자꾸 온기를 피워 올린다. 빨갛고, 노랗고, 분홍빛인 도넛 사이로 순전한 시간이 지난다. 이 공간과 시간이 주는 온도만으로 시애틀은 어떤 의미가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를 꼽을 때마다 시애틀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최근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휘게(Hygge)의 도시를 꼽는 조사에서 덴마크의 다른 도시들을 젖히고 1등이 되었다. 휘게는 여유롭고 균형잡인 삶의 철학을 의미하는 덴마크의 문화. 시애틀은 이 휘게의 철학을 미국 문화 속에서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며 아메리칸 스타일의 휘게를 이끌고 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 글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브런치 가게에 달콤함에 취한 사람들이 어쩌면 그 정답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02가장 느리게 아주 오래된 시간을 마시고 싶어서시애틀을 만드는 작은 카페들 스타벅스가 최초로 문을 연 도시. 시애틀을 수식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언제나 첫째로 떠오르는 표현이다. 꼭 스타벅스 1호점의 도시여서가 아니라, 시애틀의 풍경과 분위기는 커피를 쏙 빼 닮았다. 날마다 새롭고 실험적인 카페들이 문을 열고, 그 가운데 트렌드가 아니라 커피 고유의 역사를 잇고 있는 카페들이 어울리고 경쟁하며 도시 곳곳에 진한 커피향을 더한다. 6-7세기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인류가 첫 커피 열매를 발견한 이후 커피는 세상에 퍼지며 문화와 예술, 삶의 여유와 공동체의 연대를 지어왔다. 시애틀 거리 고작 몇 평의 공간 속 카페들은 커피가 여행한 모든 세상의 이야기와 함께, 이 작은 카페를 내기까지 주인과 점원이 켜켜이 쌓아 올린 사람의 서사를 내놓고 있다. 시애틀 커피투어Road Dog's Seattle Brewery Tours 짧은 시간, 시애틀의 상징적인 카페들을 편하게 방문해서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시애틀 커피투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로드 독스 시애틀 브루어리 투어는 독특한 스토리의 로컬 카페는 물론, 인기 있는 체인 커피 전문점을 방문 및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로드 독스 브루어리'는 로컬 맥주 제조로 이름을 먼저 알렸고, 현재는 가이드와 함께 다양한 맥주 양조장, 증류주 양조장 또는 커피 회사 및 카페로 이동하고, 각 제품 제조과정을 배우고 직접 시음해볼 수 있는 투어일정을 선보이고 있다. 보통 각 그룹투어는 2명에서 14명 정도로 구성되며, 1인당 비용은 49불+세금. 커피머그잔과 티셔츠를 선물로 주고, 세 곳 정도 카페 방문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카페마다 대표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데,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등을 골고루 테이스팅한다. 웹사이트, 혹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을 하지 못한 경우 두 시간 전에 회사로 직접 오면 그룹 상황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로스팅이 좋은 카페들 중심으로 투어 동선이 짜여져 있다. BOOKING www.roaddogtours.com LOCATION 1427 Western Ave, SEATTLE 03자꾸자꾸 취하고 싶은 밤맥주와 와인의 실험실 빌딩과 빌딩 사이 거리에 모험가들이 가득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실험실에는 어제와 다른 맥주,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맥주가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었다. 나이든 예술가와 여전히 낭만을 쫓는 히피, 사무실을 탈출한 비즈니스맨과 이젠 시애틀에 살고 싶어진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려 테이블에 앉았다. 저마다 사랑하는 맥주, 원하는 칵테일, 맛보고 싶은 와인은 달랐지만 이 모두가 너무 시애틀다운 풍경이라는 것에는 누구 하나 반문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얼굴은 싱싱하게 살아있고, 술의 실험에 대한 비평은 은밀하지만 날 서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구나 이 흥미로운 실험과 도전 앞에 탐험가, 모험가, 비평가가 된다. 04가끔은 왕처럼 맛볼 것시애틀 다이닝의 초대 제철 수확한 로컬 베리와 사과로 만든 잼, 레스토랑이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막 공수한 아스파라거스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쉐프는 직접 나와 손님을 반겨 인사한다. 커피와 맥주 브루어리의 실험이 시작됐던 것처럼 다양한 요리에 대한 쉐프들의 도전도 본격화되고 있었다. 그 사이 미식 문화는 한층 깊고 견고해졌다. 현재 시애틀은 지역의 제철 식재료만으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많아졌다. 도시의 요리사들은 워싱턴주의 농장에서 최상의 제철 과일, 채소, 고기, 치즈를 가져와 농장-식탁을 바로 잇는 팜투테이블 요리를 선사한다. 그들 중 두각을 나타내는 쉐프들이 있었다. 이제 시애틀은 이들 특별한 쉐프들이 자신만의 철학으로 런칭하고 성공시킨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미식 2.0의 시대를 맞고 있다. 소수 몇 명의 쉐프가 수십 개 레스토랑을 소유한 레스토랑 엠파이어의 출현이다. 시애틀 푸드투어Savor Seattle Food Tours 세이버 시애틀 푸드투어의 상징적 아이템인 핑크 우산을 든 가이드와 함께 시애틀 내 다양한 먹거리를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맛볼 수 있는 미식탐방 프로그램. 약 2시간 반 동안 벨타운과 다운타운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 각기 다른 개성의 레스토랑 7곳을 방문하며 14가지 이상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투어다. 샴페인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재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BOOKING www.savorseattletours.com LOCATION 1501 Western Ave, SEATTLE 글│아트래블 편집부사진│아트래블 편집부취재 협조│시애틀 관광청